친구가 간밤에 일어난 신경질나는 사건에 대해서 카톡을 보내왔다
눈이 채 떠지기도 전에 읽은 카톡의 내용은
주차 문제로 새벽 5시에 관리 사무소에서 중앙 방송을 여러 번했다는 것
평소에도 늦게 자는 친구는 5시즈음에 잠이 들랑말랑한 상태로 있다가 전체 방송을 듣고 잠이 홀딱 깨버렸다는 거
잠을 자다가 깬 것도 아니고 힘들게 잠이 드려고 할 때,
어떤 말도 안 되는 사건 때문에 잠이 깨버리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아마 당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어이가 없다는 친구의 의견에 격하게 동조하며 화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마음을 같이 헤아려 보기로 했다.
'새벽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서 당황스러웠을거야' '경비 아저씨도 그런 부탁을 받아서 곤란했을거야'
'근데 세대에 등록된 차량이면 나가는 차량의 집주소를 알 수 있는데 왜 전체 방송을 해야 했을까?' '참 미스테리네'
그렇게 카톡을 하면서 출근길을 하던 중에
내 뒤에서 '애엄마' '저기 애엄마'라고 몇 번 부르던 할머니를 마주치게 되었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거겠어'하고 애써 무시했지만 앞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
결국 뒤를 돌아보니 '아이고 애엄마가 아닌가? 저기 506동이 어딘가?' 라고 묻는 할머니에게
네이버 지도앱을 켜서 찾아드릴 수 있지만 '어딘지 몰라요, 죄송해요'하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기분이 상했지만, '아... 살을 빼야겠다' '그래, 할머니 시대에 30이면 애엄마일 나이지'라며 애써 성난 마음을 가라앉히며
친구에게 '할머니가 내 뒷모습을 보더니 '애엄마'라고 불렀어'라고 하니
새벽에 있었던 관리실 중앙방송으로 한껏 성이 나 있는 친구가 '뭐 저런 무례한 경우가 다있어' 라며 나 대신 엄청나게 열을 내주었다
그렇게 나 대신에 열을 내주고 있는 친구의 카톡을 한참 읽고 있자니 뭐랄까, 고마웠다
세상에 내 일에 대해서 소란을 떠는 사람을 우리는 '예민'하다고 규정짓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처럼 동해서 더 화내주고 기뻐해주는 친구가 참 고맙다
'너무 서운해하지마' '뭘 그런 일에 신경 써'라고 무심한 말을 건내는 것보다
같이 화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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