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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나는 왜 인생의 멘토를 찾을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왠지 그게 내 자신이 모자라서인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 때면, 

'그래, 멘토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남에게 어떤 멘토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자' 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진 나에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는 위험하고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무서운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하다가 마주치게 된게 책이다.

책이 나에게로 왔다. 


나는 원래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독서는 '있어보이길 좋아하는 사람들의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책에 빠져 크레마 사운드를 사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한 뒤 티비를 켜기보다 크레마 사운드를 켜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친구들 약속에 절대 빠지지 않던 내가, 

퇴근 후 나만이 가지는 달콤한 독서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친구들의 약속을 거절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의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정리되지 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었고

위로받지 못했던 마음이 위로를 받고

작가의 감정이 공유되어 마음이 찌르듯이 아프다가 또 하염없이 기쁘기도 했다.


나의 외로움을 친구들과 매번 공유할 수 없음이 힘들었고 아팠지만

이제는 그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옆에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고

그 친구는 더 오랜 시간, 본인에 관심사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민한 '멘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 이 얼마나 섹시한 멘토인가...) 


어렸을 때부터 하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나누는 것을 좋아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그 관심사가 맞지 않거나 심도있는 이야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들어 자극적인 연예 가쉽거리들이 피곤하게 느껴지는 요즘,


내 관심사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작가와의 은밀한 대화는 나의 많은 결핍들을 충족시켰다.

독서는 일방적인 대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책을 읽다보면 어느순간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이 들곤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한 달동안 느낀 이 감정을 이렇게 과도하게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에 대해서 고민이 되지만

뭐 그러면 어떠한가, 


매일 새로운 하루를 내딛는 나에게, 

그리고 요즘들어 하루하루가 검은 연기로 가득차 한 치앞도 보이지 않는 나에게,

작은 촛불을 켜 앞을 밝혀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나의 첫번째 멘토를 만난 것은 당연히 기뻐해야할 일이다.


앞이 너무나도 캄캄한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면

자신의 처지를 더 혹독하게 겪은 이의 에세이나 자서전을 읽어보자, 분명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책을 보면서 펑펑 울고 또 웃다가, 궁금한 부분은 작가에게 이야기 걸어보고 또 내 스스로에게 답을 줘보기도 하면서

책을 마쳤을 때, 나를 알아줘서 고맙다고, 이런 책을 내게 오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닌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멘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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