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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문득 노년에 전원생활을 택한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이가 들면 다 전원생활을 꿈꾸나 보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고 싶다고 소망한다, 나 또한 나이가 들면 북적이는 도시보다 한적한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모든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은퇴한 남편은 전원생활을 고집하는 반면 전업주부인 와이프는 도시 생활을 고집해 결국은 별거를 하는 가정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한적한 시골 생활을 하고 싶다기보다 자신 청춘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원하는 노후생활의 모습이 달라진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아직은 결혼을 한 많은 가정들 중 경제 활동을 하는 시기에 남성은 사회생활을 여성은 집안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청춘을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한 여성들은 편안하다고 여겨지는 도시생활에서도 집안일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경험한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전업주부였던 여성들은 집안일이 배로 늘어나는 전원생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자신의 청춘을 대다수의 사람들과 부대껴서 살았던 경제활동을 하는 남성들의 경우, 일을 그만둘 시기가 다가올수록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로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사람들과 떨어진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남성과 여성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열정적으로 삶을 사는 시기(보통은 3~40대)를 어떤 것에 혹사당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에게 혹사 당했다면 그 사람들이 지겹고 싫증이 나서 사람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을 것이고

집안일에 혹사 당했다면 흔히 말해 '그 짓'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일이 더 늘어나는 편한 도시생활을 선호하게 되는 걸 것이다. 

 

현실적으로 노년의 전원생활을 하고 계신 부모님을 보면 전원생활 자체가 도시생활에 비해 할 일이 천치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집과 그 주변을 가꾸지 않으면 묻혀있는 집은 쉽사리 망가지고 벌레가 생기고 심지어는 폐가처럼 으스스해 보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처럼 가족들이 먹을만큼의 채소들만 재배해가며 아기자기하게 생활하는 전원생활 자체가 엄청나게 노동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큼 세련된 사고방식(이라고 쓰고 단면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지 않다.

결론은 '사람에게 벗어나는 것'을 중점으로 뒀던 전원생활은 사실상 생각보다 고되고 외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치여 지쳐버린 마음에 꿈꾸는 노후생활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그리는 나의 노후가 사람들에게 너무 치이고 지쳐서 도시와 아주 멀리 떨어진 깡촌으로 '도망쳐버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 적당히 섞여서 지낼 수 있는 한적한 교외 지역 정도로 꿈꿀 수 있도록 어느 한쪽에 치우져 나를 혹사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 

앞으로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내 자신에게 걸어야 할 주문 하나는 '내가 너무 슬픈 선택은 하지 말자, '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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