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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게가 끝난 11시에 모인 우리

'너무 늦었으니 동네에서 술이나 한잔하자'

'근데 그 전에 땀으로 범벅된 내 몸부터 좀 씻고' 하며 우리 집으로 들어갔다


개운하게 씻고 나니 마음이 한껏 들떠 평소 신기 힘들어 잘 신지 않았던 여름 휴가용 샌들을 낑낑대며 신는 나를 보며 친구들이 던진 한마디

'우리 왠지 여행 가는 것 같다 그지?' 


그래, 그랬다 

우리는 이 밤이 이렇게 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 어디든 가자, 이 작은 동네에서 헤매던 수많은 밤들을 탈출해보자.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차에 오른 우리는 친구의 생일을 핑계로 작은 케이크를 샀다, 

그 케이크의 의미는 '너의 생일을 축하해' 


그리고 요즘 핫하다는 마카롱과 다르게 보잘것없이 얇고 투박하게 생긴 마카롱 3개를 샀다. 

그 마카롱의 의미는 아마 '오늘의 일탈을 기념하고 싶어' 였을 것이다.


들뜬 마음과 함께 도착한 바닷가,



사람이 없어서 휑할 거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밤바다의 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바닷가는 생기가 넘쳤다


환하게 줄 이은 조개구이 집들마다 아주머니들의 호객 소리

사랑을 막 시작한 커플들의 설레는 웃음소리

엠티를 온 대학 새내기들의 환한 웃음소리

외로운 밤의 짝을 찾기 위한 헌팅 소리

가족들의 수다 소리


그 즐거운 소리가 어둡고 외로운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왜 망설였던 걸까?

이렇게 오기 쉬운데, 이렇게나 가까운데, 이렇게도 많은 사람이 즐기는 곳에 왜 우리는 한 번도 오지 않은 걸까


후회도 잠시 우리는 그곳의 분위기에 녹아 들어갔다


조금 더 바다와 가까이 있기 위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바다 가까이 돗자리를 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폭죽놀이를 하는 장면들을 지켜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참 기분 좋다, 이거'



그리고 우리가 온 목적을 달성이라도 하려는 듯 급하게 케이크에 초를 붙였다.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생일 축하 노래,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친구의 3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래 우리 벌써 30이다, 앞자리가 바뀔 만큼 쉴 새 없이 달려왔구나


그리고 우리의 일탈을 축하하는 '마카롱'을 꺼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눈이 동그래질 만큼 그 투박해 보이는 마카롱은 정말 맛있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그 빵집의 마카롱 수업을 듣고 싶을 만큼, 그 맛이 지금도 생생할 만큼 


입의 달달한 케이크와 마카롱을 한껏 담고 그 달달함을 쌉쌀한 맥주로 헹궈가며 우리는 그 저녁을 즐겼다 

시간에 따라 밀려 들어오는 바다 그리고 사람들 


16년을 함께 한 우리에게 특별한 이야기도, 과장된 수다도 필요 없었다. 

그저 밀려오는 아쉬움에 어둠이 짙은 바다에 발을 담구었을 뿐

떠나기 싫은 아쉬움을 칼국수로 채웠을 뿐 


그 날은 그렇게 우리에게 특별한 일탈,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짙은 아쉬움을 안겨주는 그런 여름밤이었다.


그런 밤이 몇 개월이 지난 나는 마셔도 마셔도 퍽퍽한 이 현실의 무게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닥의 깊이도 모르고 내려앉던 내게 필요한 건 바로 '마카롱' 이었다.


그 빵집을 찾아 그 날 먹은 마카롱 3개를 사, 문밖에 나오기 무섭게 포장을 뜯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마치 과로로 쓰러진 사람에게 급하게 링거를 투여하듯


그리고 입 밖으로 나오는 한숨 '아... 퍽퍽해...'


나에게 필요한 건 '그 날의 마카롱'이었다.

그 여름밤, 달콤한 일탈을 맛보여준 그 마카롱 말이다.


Write by 쏭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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