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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소보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정말 간만에 무한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극장으로 향하게 했던 김주혁의 유작 '독전'


매력적인 예고편으로 관람객들을 쪽쪽 빨아먹을 거 같은 영화 '독전'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아시아 마약 최대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

최고의 마약조직답게 이선생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조직 내에도 없다


어느 날,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앞에 이선생의 마약 조직의 실세인 '오연옥'(김성령)이

이선생에게 죽을 뻔했다며 자신을 숨겨주면 이선생을 잡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마약반으로 찾아온다


오연옥이 죽을 뻔한 마약 조직 실세 모임의 폭팔 장소에서 '락'(류준열)이 유일한 생존자로 구출되고

이 폭팔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던 엄마와 강아지를 잃은 락이는 자신이 중국 딜러의 연락선이며 원호를 도와 이선생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 둘은 중국 마약 유통의 실세인 진하림에게 최고의 마약 원료를 공급받아 라이카를 생산해내 유통하기까지의 과정을 속이며

마지막 관문에서야 만날 수 있는 이선생을 잡기 위한 작전을 짠다







진짜 큰맘먹고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일이 끝나고 심야영화를 보러 갔는데

롯데시네마 부평, 진짜 심할 정도로 냉방을 틀지 않아서 땀을 흘리며 봤다

더워서 집중이 안 될정도였다


진짜 어디가서 에어컨 안튼다고 불평을 잘 하지 않는다

요새 너무 빵빵히 틀어서 냉방병 걸리고 불필요하게 에너지 쓴다며 싫어하는 사람인데

내가 느끼는 영화관의 체감 온도는 27~8도

왜냐면 그 온도가 내가 땀을 흘리는 온도니까... 그 정도로 너무 심했다

심야영화관이라서 많은 관람객이 없어서 약하게 냉방을 트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뭐....

다시는 가지 않을 예정이다


이러한 환경 때문인지 영화는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동안 몰두하는게 조금 어려웠다

마약 최대 조직치고는 너무나도 어설픈 설정들이 많아서 

마약 소재로 최고봉인 '브레이킹 베드'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부족하게 소재를 다룬 영화로 느껴졌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의 웰메이드 범죄 영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단연코 이 영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 영화를 봐야하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

<이 밑으로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관람을 할 예정이신 분들이라면 먼저 영화를 봐주세요>


첫번째 관람 포인트, 故김주혁의 미친 연기

같이 보러간 동행인이 그 사람 김주혁이 맞는 거냐 물어봤다

그렇다, 김주혁이 아니라 진하림 그 자체였다

표정부터 말투까지 거칠게 살아온 중국 쪽 최대 마약 딜러 '진하림' 그 자체였다

피묻은 손으로 원호에게 악수를 건낼 때

위스키에 담긴 눈알을 씹어먹을 때

마약 '라이카'를 음미할 때

존재감이 너무 짙었다


원래 배우는 유작에서 진정으로 빛을 발한다고 하지 않던가

김주혁의 연기를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영화이다.

이렇게도 비중을 크게 다뤘던 진하림이 너무나도 쉽게 죽어버렸다

진짜 실망스럽게...


그래도 김주혁의 모습을 이렇게 멋지게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

정말 '영광이었다'


두번째 관람 포인트, 미친 연기를 보여준 떠오르는 배우 '진서연'

진서연은 진하림의 애인인 '보령'역을 맡았다

마약 보스의 애인답게 그 여자도 거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 거친 인생이 짧은 씬에 모두 담겨있었다.

화장도 말투도 손짓도 발짓도 모두 거칠고 마약에 쩔은 Junky 였다


그녀의 연기 정말정말 췽찬해!!



세번째 관람 포인트, 태안 염전의 마약 기술자 농아남매

그들의 수화... 정말 당신들 미친거 아니니?

코미디 액션은 아니었지만 농아 남매와 수화 해설자가 나올 때 얼마나 웃기던지 ㅎㅎ

순간적으로 이 농아남매가 보여주는 미친 듯이 유쾌한 케미에 액션 코미디면 어땠을까 라고 상상을 했을 정도였다

농아오빠인 '동영'역의 김동영 배우는 항상 작품마다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는 역할들을 잘 소화해내는 그런 배우이고

농아동생 '주영'역의 이주영은 전직이 모델이라고 하던데 정말 이 영화에서는 미친듯한 배우 포스를 뿜뿜해줬다


그리고 영화 중에서 인상깊게 봤던 씬이

락이가 농아남매와 저녁을 먹을 때 고봉밥에 숫가락을 꽃으면서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하니

이 농아남매는 엄마는 생선 조기를 좋아했지 하면서 조기를 얼른 구우라고 한다


그리고 락이와 함께 절을 하며 제대로 된 장례를 치뤄준다.

그렇다, 락이의 엄마는 죽었지만 아무도 그 슬픔에 애통하는 씬이 없었다.

여기서 농아남매와 락이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서로를 아껴주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락이가 마지막 노르웨이로 도망갔을 때도 자신이 사랑하는 개를 제외한 사람 중에 같이 간 사람들이 이 농아남매이다.

이 들은 락이에게 있어 마약을 제조하는 기술자 이상의 가치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내가 해석하는 독전의 메세지와 결말은 이어진다.

깊은 믿음에 대한 배신감

원호는 이선생을 악마라고 생각하며 그를 몇십년동안 쫓았다

그 과정에서 만난 락이는 믿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끝까지 믿는다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서 

같이 한  마약팀 동료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파트너로  무의식 중에 인식하게 된다.

(자신의 부하가 죽었음에도 끝까지 락이와 함께 하며 심지어 브라이언이 락이를 데려갈 때도 살처분하냐며 신경쓴다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에 남의 목숨 신경쓰기? 쉽지않다. 그 정도로 원호는 락이를 이미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브라이언(차승원)과 원호(조진웅)의 첫 대면에서 

원호는 '어떤 걸 강하게 집착하다보면 하나의 강한 신념이 된다. 난 니가 생각한 거보다 이선생을 잘 안다'라고 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잘못된 믿음은 병이다. 근데 죽음도 하나의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건넌다


그렇다 이선생을 잡기를 그렇게 강하여 염원한 원호, 이미 수십번을 머릿 속으로 그렸던 이선생이 사실은 자신이 믿고 있는 '락'이라니...

브라이언이 대답한 '죽음도 하나의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는 

원호가 믿고 있었던 악마같은 이선생이 사실은 

밀항되어 넘어온, 개를 사랑하고, 위험한 순간에서 자신을 살려준 파트너로 믿었던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원호를 깨부순 것이다. 

 이를 미루어봤을 때 마지막의 총성은 잘못된 믿음에 대한 치유의 선택으로 죽음을 선택한 원호의 자살이라고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관람의 포인트 세가지 모두 배우와 연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내가 영화에게 줄 수 있는 평점은 5점 만점에 2.5점


마약 최대 조직이라는 스케일이 큰 주제를 가지고

엉성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있어보이게 편집하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제일 중요한 '이선생'의 이야기는 모두 빠져버린 이 빠진 영화


'Believer'라고 영어제목을 붙일만큼 믿음에 대한 메세지 또한 전달하고 싶었지만 

명확하게 그 메세지 또한 전달해주는 소재들이 없던 영화 


명확한 소재와 메세지를 흐리멍텅하게 풀어놓고서는

마지막에 와서 오픈결말로 알아서 생각하세요 하는 무책임한 결말


그럼에도 김주혁, 진서연, 이주영, 김동영의 연기가 빛을 내어준 영화 '독전'


가족들과 치킨 뜯으면서 vod 4500원으로 할인되면 포인트 결제해서 4천원에 네식구가 보면 재밌게 씹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이나

극장에서 진짜 감상하고 싶지는 않은 영화


킬링타임용으로 그들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추천

잘짜여진 웰메이드 범죄영화가 보고싶으시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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